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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6] ERP 10년「진화의 날갯짓을 시작하다」 |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 전사적 자원 관리)가 국내에 들어온 지 얼추 10년이 됐다.
10년간 국내 시장에서는 양대 ERP 도입 사례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포스코의 경우를 비롯해 여러 산업 분야에서 ERP가 빠르게 확산돼왔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ERP는 명실공히 핵심 애플리케이션으로 굳건히 자리잡았고,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기반 인프라로 대접받고 있다.
이제 ERP는 대내외적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SCM(Supply Chain Management)이나 SEM(Strategic Enterprise Management) 등 관련 부문을 포함한 확장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또 대기업 위주로만 구축되던 데서 벗어나 중견·중소기업들도 ERP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듯 위·아래로 뻗어나가고 있기에 ERP 시장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ERP 도입, 아직 60%도 안 돼 흔히 'ERP'라고 하면 SAP나 오라클 등의 패키지 제품을 떠올린다. 패키지 ERP 제품은 글로벌 기업들에서 이미 검증된 표준 프로세스를 채택해 기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개선해 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ERP 도입 수준은 아직 50%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IT 시장 전문 조사기관인 KRG는 국내 기업들의 ERP 도입 비율이 금융 업종 53%, 제조/건설/유통 업종이 59%라고 발표했다.
SAP 코리아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 중에 ERP 패키지를 도입한 기업은 67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특히 정보화 수준이 성숙됐다는 금융업 쪽의 은행권은 보험·증권에 비해 ERP 도입 비율이 낮고, 공공 부문에서도 한전이나 철도청 등 공사들이 ERP 프로젝트를 시작한 데 비해 중앙부처의 움직임은 더디다.
업계에서는 그 이유를 ERP의 태생에서 찾고 있다. ERP는 MRP(Material Requirements Planning)를 모태로 하고 있는데, MRP라는 것이 제조업에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제조 업종에 잘 맞도록 고안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이나 공공 부문과는 업무 성격과 특성이 다르다.
한국IDC의 김수용 선임연구원은 "사실 은행이나 공공 부문은 ERP의 주요 고객층이 아니다. 이 부문들은 업종 특성이 패키지 ERP하고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재고나 구매 정보는 회계와 직결돼 있는 중요한 요소인데, ERP 시스템은 이 모든 정보가 숫자로 입력돼 다른 기업용 소프트웨어보다 표준화가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금융이나 공공 쪽에서는 표준화하기 어려운 업무가 많아 도입이 늦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액센츄어의 전성욱 전무는 "금융권에서도 보험사들이 일부 업무에 ERP 시스템을 도입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은행들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기존 계정계를 대체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제조 업종은 다른 나라와 교역이 원활히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표준에 먼저 다가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도 ERP 도입을 부추겨 이미 제조 시장은 성숙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조 업종에 이어서 건설, 유통업에서도 ERP 도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신세계 아이앤씨의 국윤길 차장은 "유통 업종인 이마트는 지금까지 ERP를 구축하지 않았어도 업계 최고의 위치를 유지해왔다. 업무 성격상 가격 정책이 복잡 다단하고 구조도 복잡해 1990년대에는 ERP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월마트 같은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표준 프로세스의 도입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ERP 도입을 추진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전했다.
한편, ERP를 도입하면서도 전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는 경우는 드물고 일부는 아직도 커스터마이징을 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기업의 노하우로 여겨지는 부분이나 하청 업체의 관리가 그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경쟁력 향상을 원한다면 ERP를 도입하라 그렇다면 모든 기업이 ERP를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는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환경에 맞는 적당한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예전 MIS를 활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업체라면 ERP 도입을 통해 내부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표준 프로세스를 받아들여야 한다.
포스데이타 ERP 컨설팅팀의 김성중 팀장은 "예전에 레거시 시스템을 할 때도 똑같은 질문을 하는 고객들이 많았다"고 운을 떼면,서 "어느 교수가 지적하기를, 성공하는 기업의 필수 조건으로 'qualified'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즉 성공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느냐, 조건을 갖췄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처음 바코드 체계를 도입할 때 원가 100원 짜리인 바코드를 붙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어느 누가 바코드의 원가를 따지며 이것이 붙어있다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가? 미래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한다면 결과는 한 가지"라고 그는 강조했다.
ESG 코리아의 이혁재 이사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인력과 관리"라고 전제하면서, "이익이 많이 나고 경쟁이 심하지 않다면 굳이 ERP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경쟁이 치열하다면 시스템상으로 관리 능력을 높이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이 때 패키지 솔루션은 쉽고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파트너라 할 수 있다.
사실, ERP 패키지에는 웬만한 기업의 프로세스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기업들이 이를 충분히 알지도, 활용하지도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SAP 코리아의 박범순 팀장은 "볼보건설기계의 경우 ERP를 구축하면서 표준 프로세스에서 벗어난 것만 추려냈지만, 이는 SAP ERP 제품 내에서 모두 수용 가능한 것들이었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표준 기능과 제외됐던 기능을 맞춰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결국 볼보건설기계의 모든 프로세스가 SAP ERP 패키지 내의 표준 프로세스와 부합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RP의 ROI는 2∼3년 기다려라 기업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 중 하나는 ROI(Return on Investment)다. 하지만 정확한 ROI를 제시하기 어려운 것이 공급 업체들의 고민이다.
SAP 코리아는 페퍼스 앤 로저스 그룹의 밸류맵(ValueMap)과 내부수익률(IRR)이라는 두 가지 핵심 방법론을 적용해 ROI를 산출한다고 소개했다. 밸류맵은 측정 기준별로 구현 후 수준을 평가, 비용 절감이나 기여도 개선의 영향을 모델링하고 구현에 따르는 모든 이익과 직접 투자 비용, 모든 간접비의 총액을 계산한다. 이와 더불어 적절한 장애율 산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IRR을 사용해 최종 ROI를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용만으로 ROI를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대체로 구축 후 2∼3년 정도 지나면, 프로세스 개선으로 인한 매출과 주가 향상 효과, 비용 절감 등이 수치상으로 나타난다. 이보다 먼저 현업 직원들의 업무가 착착 맞아 돌아가는 것이 눈에 띄는 효과다. 이를 고객에게 설득력있게 제시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각 업체들은 나름대로 이전 사례를 제시하거나 예상치 등을 총동원해 ROI를 제시하고 있으며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2∼3년 정도는 기다려줄 것을 요구했다.
ERP 도입 성공의 절반은 '구축 후 활용' 10여 년간 ERP를 구축해 온 기업들의 성공 여부는 결국 당사자가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때 애초에 ERP 도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를 얻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구축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비용 절감과 경쟁력 향상은커녕,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린 ERP도 있다. 윈백 사례도 솔루션의 문제보다는 프로젝트 선정 과정의 외압과 정치적 문제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러한 경우들을 '실패'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이를 통해 성공적인 ERP 구축 노하우를 한 수 배울 수는 있을 것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아무리 좋은 솔루션을 훌륭하게 구축했다 하더라도 사용자의 참여 없이는 빛을 발할 수 없다.
그래서 ERP 도입에는 최고 의사결정자와 현업의 의지와 참여가 첫손에 꼽힌다. 최고경영자가 ERP 시스템에 대한 목표와 방향에 대한 뚜렷한 의지를 갖고 발벗고 나서는 경우 십중팔구 ERP 도입에 탄력이 붙는다. 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현업 직원들의 활용도다. 시스템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은 현업 사용자들이므로 이들이 참여가 저조하다면 ERP의 목적을 실현할 길은 요원하다.
액센츄어의 전성욱 전무는 "전산 시스템은 '구축이 반, 구축 후 사용이 반'이라는 말처럼 '어떻게 구축했는가와 더불어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솔루션 선택 시에도 기존 도입 사례들을 잘 살펴보고 도입 과정과 사용 후기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RP, 진화의 몸짓 가속되는가? 통합 관점에서의 ERP는 확장 ERP(Extended ERP 혹은 ERP Ⅱ)로의 진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영림원소프트랩의 김종호 전무는 "ERP가 고도화 단계에 들어서면서 내부적으로는 위기관리시스템이나 BSC, 경영정보시스템이 필요하고, 외부적으로는 상생의 법칙에 따라 CRM이나 SCM을 추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CRM, SCM, HR, BW나 BSC를 포함한 SEM 등은 ERP에서 다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ERP와 연동한 확장 ERP 형태로 구축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확장 ERP의 수요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확장 ERP 솔루션들은 ERP처럼 표준화하기 힘든 점이 있는데다가 SCM처럼 협력 업체들과 한 궤로 엮는 데 대해 관련 업체들의 반응이 호의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협력사 ERP 지원 사업도 궁극적으로는 SCM으로 나아갈텐데, 협력사들 입장에서는 자사의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러한 점을 들어 특히 외부로 확장되는 ERP의 경우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RP 시장은 여전히 주목받는 시장이다. 공공과 금융 시장, SMB 시장, 확장 ERP 시장 등 '위로도, 밑으로도, 옆으로도' 커질 가능성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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